1부. 개념 · 01
커머스 파이프라인
2026.08.26
마케팅 혹은 광고에 대해서 배울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배울까? 나도 대학에서 마케팅과 광고를 배웠지만 가장 먼저 배웠던 게 무엇인지, 마케터로 회사에 취업했을 때 가장 먼저 배운 게 어떤 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 이 정도 경력을 쌓고 나서 내가 누군가에게 마케팅과 광고를 가르친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먼저 가르칠 것인가 고민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커머스 파이프라인이다. 전체를 보는 눈, 전체적인 구조를 가르쳐 주고, 그 사람이 이 업계에 뭐가 있는지를 먼저 알려줘야 우물 안 개구리 마케터가 되지 않겠구나 싶었다.
영어를 배울 때 문장의 형식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가장 작은 단위인 1형식 문장은 주어와 동사로 이뤄진다. 커머스 파이프라인의 가장 작은 형식도 ‘인지’와 ‘구매’ 두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인지만 하고 구매를 하지 않으면 그건 커머스가 아니다.’ 우선 돈을 주고 구매를 해야 커머스가 될 수 있다. 인지의 과정 없이 구매를 한다는 건 애초에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일단 내가 사려는 물건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인지해야 구매를 할 수 있으니까.
여기에 한 과정을 추가하면 2단계가 된다.

바로 탐색 단계다. 당장 나에게 급하게 필요한 어떤 물건이, 갑자기 광고로 보여서 즉각적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쓰기 전 탐색 과정을 거친다. 랜딩 페이지의 상세 상품 정보를 꼼꼼히 읽어본다거나, 리뷰를 살펴본다. 굳이 1점 리뷰를 찾아서 최악의 단점을 파악하기도 한다. 네이버 같은 검색 포털에 검색해 블로그 후기나 카페 후기를 보기도 한다. 혹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나보다 먼저 이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의 이용 후기를 찾아보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탐색의 일환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가지 중요한 단계가 붙을 수 있다.

재구매는 커머스 영역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LTV(Lifetime Value)라는 개념도 결국 재구매를 상정해야 한다. 1명을 모객하는 데 1만 원을 쓰고, 1만 원의 매출을 냈다고 하자. 이렇게 단순하게 보면 ‘원가 따지면 손해 아닌가?’라고 느낄 수 있다. 근데 그 고객이 재구매를 하면서 1만 원씩 총 3번을 더 구매한다면? 3번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데 소요된 추가 광고비가 1만 원이 들었다고 가정하면 전체 2만 원의 광고비로 4만 원의 매출을 낸 게 된다.
이렇듯 탐색과 재구매는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커머스 파이프라인에서 빠지면 굉장히 어색해지는 중요한 개념이다. 근데 우리의 현실 세계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은 수차례 반복 탐색하고, 재구매를 수십 수백 번 할 수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커머스 파이프라인의 단계는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현실 세계는 더더욱 복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우기 어렵다.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흐려지고, 대부분의 교육에선 광고 계정을 만드는 일부터 가르친다. 광고 소재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광고 세팅을 아무리 잘해도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마케터는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소재를 만드는 감각은 나이가 들수록 무뎌지고, 효과 좋은 광고 세팅법은 너도 나도 쓰는 순간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커머스가 어떤 흐름으로 이뤄지는지를 이해하고, 그 단계를 설계하는 감각은 평생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