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개념 · 02
인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 브랜딩 루트와 광고 루트
2026.08.26
커머스 파이프라인의 대표적 형태는 ‘인지 - 탐색 - 구매 - 재구매’다. 그럼 인지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떤 브랜드 혹은 어떤 상품의 존재를 인지하는 건 어떤 경로로 이뤄질까? 나는 이걸 크게 2가지 루트로 정리했다.
하나는 브랜딩 루트다.

이 루트로 인지된 브랜드 혹은 상품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주변의 추천으로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이 브랜드(혹은 상품)를 언제부터 어떻게 알고 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취미가 생기면 깊게 파는 편이다. 그래서 시작할 때 그 취미와 관련된 네이버 카페 혹은 커뮤니티를 찾아서 가입하고, 고인물들이 추천하는 장비를 맞추고 시작한다. 혹은 가까운 믿을 만한 지인의 추천을 받기도 한다. 대체로 고인물들은 공통된 몇몇 브랜드 제품을 추천한다. 나는 그 후보군 중 내 취향에 맞는 선택지를 골라서 구매한다. 그 고인물들이 추천하는 공통된 몇몇 브랜드는 그만큼 브랜딩이 잘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브랜딩이 잘됐다는 게 뭘까? 꼭 전 세계인이 다 알 필요는 없다. 대중이 잘 모르는 브랜드여도 브랜딩이 잘된 브랜드는 참 많다. 취미로 브루잉을 하는 사람이라면, 브뤼스타, 말코닉, 펠로우 같은 브랜드를 떠올리면 된다. 피클볼을 하는 사람이라면 율라(JOOLA), 러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새티스파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면 시마노 등등 브랜딩이 잘된 대중들이 모르는 브랜드는 참 많다. 다들 취미 혹은 관심 있게 파는 분야가 있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간혹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유명한 브랜드 중엔 ‘내가 이 브랜드를 언제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지?’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자연스럽게 뇌리에 박힌 브랜드들이 있다. 코카콜라, 애플, 삼성, LG, 나이키, 아디다스 등등이 그러하다. 아 물론 이건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신입들을 교육하다 보면, 그들은 ‘아이폰’을 당연한 개념으로 여긴다. 왜냐하면 그들이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알 때 이미 아이폰은 널리 보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경력직을 교육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스티브 잡스가 검은 목티에 청바지를 입고 프레젠테이션하던 그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
이런 특징을 가진 브랜드(혹은 상품)들은 ‘인지’시키기 위한 광고보다는, ‘잊히지 않기 위해’ 혹은 ‘신뢰를 두텁게 하기 위한’ 광고를 한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는 ‘저희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세요’라고 광고한다.

그런 루트로 본인의 존재감을 알리는 걸 광고 루트를 통한 인지라고 한다. 대부분의 작은 브랜드가 여기 속한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처절하게 다양한 루트로 어필한다. 어필할 브랜드(혹은 상품)이 속한 카테고리의 특성(대중적 vs 특정 시장 타깃), 브랜드사가 보유한 자산(예산, 인력 혹은 그 외의 무기)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음식물 처리기를 판매한다면 어떤 전략으로 인지시키는 게 좋을까? 기미 화장품을 판매한다면 어떤 전략으로 인지시키는 게 좋을까? 안마의자를 판매한다면 어떤 전략으로 인지시키는 게 좋을까? 탈모로 유명한 연예인이 제작에 참여한 탈모 샴푸는 어떤 전략으로 인지시키는 게 좋을까?
“아 요즘은 인플루언서 협찬 무제한으로 뿌리는 게 엄청 좋대요. OOOOO랑 XXXX도 그렇게 매출 대박 나고 해외에서도 계속 찾는대요. 우리도 그거 하면 됩니다.” 혹은 “제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이 광고 했었거든요? 효율 죽입니다! 이번에도 똑같이 돌리면 효율 잘 나올 거예요.” 이런 흐름은 버려야 한다. 현재 브랜드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가진 무기 (자산)에 대한 인지, 그 둘을 적절히 섞은 전략을 세워야한다.
내가 광고할 상품이 ‘어떤 루트로 인지할 수 있는 브랜드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보자. “브랜딩 루트”라고 판단할 수준의 브랜드(혹은 상품)이라면 이 시리즈를 재미로 가볍게 머리 식히는 용도로 읽고, 틀린 부분은 지적하면 된다. 그런데 광고 루트로 인지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시리즈를 꼼꼼히 읽고 머리에 제대로 된 지도를 그려야만 한다.
